작품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2

간명 2016. 2. 1. 14:33


 

사이.

마사코, 갑자기 돌진하여 하라다에게서 편지를 빼앗는다.

갈기갈기 찢는다.

 


지로  시노 엄마!

하라다  아니!

도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도다, 비명 같은 소리를 내면서 찢어진 편지를 주워 모으려 한다.

마사코도 질세라 하고 편지를 주워 모아 입에 넣는다.

 


지로  뱉어뱉으라고!

마사코  시어시어(입에 종이가 있어서 분명하지 않지만 싫다고 하고 있는 것 같다) 

지로  내뱉어!

마사코  시어시어(입에 종이가 있어서 분명하지 않은 소리지만 싫다고 하고 있는 것 같다) 

하라다  모리사키 씨!



마사코, 꿀꺽 삼킨다.

 


하라다  모리사키 씨!

마사코  (가까이에 있던 찻잔에서 차를 마신다)



모두, 어이가 없어 멍하니 있다.

도다,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자, 하라다가 일으켜 의자에 앉힌다.

 


료헤이  하라다 선생님.

하라다  .

료헤이  어땠나요이시이 학생은?

하라다  흥분상태였지요. 심하게 울면서.

료헤이  어머니는요?

하라다  침착하셨어요.

료헤이  이 건에 대해 뭐 부탁 같은 걸 하셨나요?

하라다  일단 외부에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료헤이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이것도 없었던 일로 하는 수밖에.

하라다  아무리 그래도그건.

료헤이  유서는 있었는데……먹어버렸다고 하는 건 곤란하죠학교 입장으로는.

하라다  그건 그렇죠. 

료헤이  이 유서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우리 이외에 누가 있죠?

나카노와타리  이시이 가나코 학생과 어머님만 알고 있어요.

료헤이  이제 첫 번째 편지나 두 번째 편지나 마찬가지예요.

나카노와타리  ……알겠습니다.

료헤이  이전과 변함이 없습니다. 유서는 아예 처음부터 없었어요. 여러분도 괜찮죠?


 

각자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만히 있거나.

 


하라다  죄송합니다만.

료헤이  뭐죠?

하라다  학생들한테 편지 내용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하고 싶은데요. 

료헤이  그러니까.

하라다  알고 있습니다. 유서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학생들에게 하지 않겠습니다. 다른 사람을 통해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료헤이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라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교장 선생님

나카노와타리  수고 많습니다.

하라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하라다, 나간다.

모두, 자기 자리에 앉는다.

 


마사코   나쁜 계집애 같으니라구유서를 두 통이나 보내다니즐기고 있는 게 틀림없어.

다에코  ……그럴 리가 있겠어요?

마사코  왜 없어요어지간히 성격이 비뚤어져 있었던 거죠.

도다  (일어서면서 마사코를 노려본다)

마사코  어머뭐 할 말이라도 있어요?

도다  ……미치코는 간절히 호소하고 있었을 겁니다.

마사코  선생님은 믿으세요?

도다  뭘요?

마사코  도시락에 진흙을 넣거나 신발을 숨기거나 체육복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요?

도다  거짓말을 하는 애가 아니었어요.

마사코  그렇다면 실제 있었다고 치죠. 그런데 선생님은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 전혀 모르셨다?

도다  …….

마사코  정말 모르셨어요?

도다  그룹에서 소외된 건 알고 있었지만.

마사코  변명은 듣고 싶지 않아요.

도다  ……

마사코  아무리 신임 교사라고 해도 너무하지 않아요? 교사로서 실격이에요. 애들이 불쌍하군요.

나카노와타리  도다 선생님도 나름대로 열심히 가르치고 있습니다.

마사코  월급을 받고 있는데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나카노와타리  그렇게 말씀하셔도 한계는 있는 법입니다. 도다 선생님도 사람이니까요.

마사코  당연하죠. 저도 사람이에요.

나카노와타리  도다 선생님은 아직 젊어요. 경험도 부족합니다. 지만 젊다는 건 학생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도다 선생님은 방과 후에도 늦게까지 남아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학생           들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같구요. 평소 조용하고 자기 세계에 빠져있던 아이들이 얼마나 위안           을 받고 있는지 모릅니다.

마사코  하지만 그 학생은 구해낼 수 없었잖아요.

도다  ……

마사코  학생들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는데 정말 들었어요제대로 듣고 있었다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             는 거 아닌가요?

도다  ……

마사코  눈치를 못 챘다구요농담하지 마세요이건 책임 문제입니다선생님이 선생님답게 행동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그렇지 않아요?


 

도다, 회의실에서 나간다.

 


마사코  ……

나카노와타리  아시다시피 도다 선생님이 처음 발견자입니다. 인공호흡도 도다 선생님이 했습니다. 큰 충           격을 받을 것 같은데……지금은 차분하게 대처하고 있지만 실은 많이 긴장하고 있을 겁니다. 걱정             됩니다.

마사코  걱정이라고요?

나카노와타리  .

마사오  남의 아이를 학교에 가두면서 그런 말이 나와요?

나카노와타리  아니, 그건 어쩔 수 없는……


 

하라다, 들어온다.

 


하라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료헤이  어떤가요?

하라다  . 다섯 명 모두 전혀 모르는 일이랍니다.

료헤이  예상대로군요.

하라다  .

료헤이  유서에 적힌 내용은 사실 없었다는 겁니다.

시게노부  잠깐만요.

료헤이  ?

시게노부  노도카를 만날 수 없을까요?

하라다  아니그러니까 그건 좀.

시게노부  지금 바로 만나야겠어요.

도모코  여보.

시게노부  당신은 가만히 있어.

하라다  죄송합니다. 아까 야시마 씨에게도 양해를 구했는데요.


 

회의실 내선 전화가 울린다.

나카노와타리가 받는다.

 


나카노와타리  ……? 누구죠, 그 분은? , . ……, 알겠어요. 쨌든 갈게요.


 

나카노와타리, 수화기를 놓는다.

 


하라다  무슨 일입니까?

나카노와타리  직원 전용 출입구에 수상한 사람이 와 있대요.

료헤이  수상한 사람?

나카노와타리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바로 돌아오겠습니다.

하라다  저도 갈게요.


 

나카노와타리와 하라다, 나간다.

 


지로  참 분위기가 어수선하군.

마사코  장난치러 온 거 아니예요이 주변엔 불량 학생들이 많으니까아직 있죠방송국?

준코  제가 왔을 땐 없었어요.

마사코  , 그래요.


 

사이.

 


마사코  근데 별 것도 아니네요.

준코  뭐가요?

마사코  신발을 숨겨놓거나 교과서에 낙서하거나이 정도 일은 흔히 있는 일이잖아요우리 때도 있었잖             아요. 

준코  아아.

마사코  운동화에 압정을 집어넣거나그런데 아무도 안 죽었잖아요잘 참아내고 졸업해서 어른이 됐다구           요.

다에코  과거와 현재는 그리 쉽게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마사코  그건 그렇겠지만참 사람 성가시게 하는군.

다에코  말이 심하지 않아요?

마사코  하지만 그렇잖아요이 정도 일 가지고.

미사오  이 정도라고요?

마사코  ?

미사오  이지메 당하고 있는 본인 앞에서 그런 말 할 수 있어요?

마사코  말할 수 있어요격려하는 뜻으로.

미사오  참 머리 나쁘네요.

마사코  머리 나쁘다구요?

료헤이  누군가 신발을 숨긴 바람에 자살하는 애는 분명히 있을 거예요. 하지만 신발 때문만으로는 죽지             않아요.

준코  무슨 뜻이죠?

료헤이  미치코 학생은 매일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적으로 극도로 불안 상태에 있었을 거예요. 말하자면 크           게 부푼 풍선 같은 거죠. 그렇게 되면 강한 자극 같은 건 필요 없어요. 제 말은 왜 미치코 학생이             자살을 시도했는지를 좀 더 종합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마사코  역시 알바 때문이에요그리고 모자 가정인데다가.

미사오  (마사코를 노려본다)

마사코  게다가 엄마도 파트 타임이고.

료헤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겠지요.

마사코  ?

료헤이  파트 타임 월급으로 딸을 세이코 학원에 입학시키긴 힘들 거예요.

마사코  아아.

료헤이  구태여 전철을 갈아타면서까지 이른 아침부터 일하러 나간다. 그렇게까지 해서 자식을 세이코 학           원에 보내고 싶었다. 거기에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 리 없죠.

지로  부작용이요?

료헤이  , 어머니의 과도한 기대는 자식을 궁지에 몰아넣기 쉽습니다. 미치코 학생이 알바를 했던 것도             생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겁니다.

마사코  이제야 알겠네요. 미치코 학생은 뭐랄까 고집이 굉장했겠지요? 광적인 편집증이었다거나. 그게 원           인이었던 거예요.


 

도다, 들어온다.

 


도다  실례하겠습니다.

미사오  어떤가요?

도다  ……그냥 있었습니다.

미사오  그냥이라니?

도다  애들이 그냥 있었어요.

마사코  그야 그렇겠죠싱글벙글 웃을 리도 없고.

도다  …….

다에코  선생님괜찮으세요?

도다  무슨 말씀이세요. 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금발의 젊은이가 있다.

엔도다.

 


료헤이  누구야, 당신?


 

그때 급히 달려오는 하라다.

 


하라다  당신, 곤란하다고 했잖아!

엔도  금방 끝날 거라고 했잖아요!

하라다  여기서 나가!

엔도  조금만요말하게 해주세요.

하라다  말 안 들으면 경찰 부를 거야!

료헤이  당신누구야?

엔도   엔도 도루라고 합니다도쿄 신문보급소에서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료헤이  신문?

엔도  미치코 학생은 우리 가게서 알바를 했습니다.

하라다  우리 학교 학생이 알바를?

엔도  거북하신가요, 신문배달 했다는 게? 신문배달은 건전한 일 아닌가요?


 

엔도, 모두를 바라본다.

 


엔도  선생님이세요? ……아니지요? ……그럼 출입구에 있던 신발들은 당신들 것이군요. 

지로  뭘 말하고 싶은 거야당신?

엔도  오늘 저녁에 이 편지가 왔거든요.



엔도,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편지를 편다.

 


엔도  소장님, 항상 다정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바 시간에 지각했을 때도 야단치지 않으셔서 감          사합니다. 임금을 가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아마 친구들에게도 뭔가 사정이 있었을 겁니다. 이        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은 사이.

 


엔도  2학년3. 시노, 미도리, 노도카, 레이라, 아이리.


 

엔도, 모두의 모습을 관찰한다.

 


엔도  그렇구나역시혹시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미사오  뭐라고요?

엔도  당신들 애지미치코를 죽인 건?

마사코  저 말이지미치코 학생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자기 스스로 죽은 거야귀찮기 짝이 없는 건 우             리들이라구. 

엔도  당신 딸이 뭘 했는지 알아?

마사코  우리 앤 상관없어.

엔도  매일 매일 돈을 뜯어내고 있었어처음엔 100, 200엔이었는데 얼마 안 가서 1,000엔 2,000엔이 돼        버렸다구미치코는 거절했어자기 집은 가난하니까 줄 수 없다고그러다가 알바하고 있는 거 다          알아”, “학교에 고자질하는 거 싫으면 내놔!”라고……

마사코  설마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하라다  미치코 학생한테 들었어요?

엔도  그래.

하라다  사실이에요?

엔도  부탁이니까 다른 사람한텐 말하지 말라고미치코는 그렇게 말했어엄마한테도 학교에도 아무 말          하지 말라고그래서 가만히 있었어세상에 이렇게 나쁜 애들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오장이 뒤집혔지        만 끝까지 참고 가만히 있었다구.

지로  나가나가지 않으면 진짜 경찰을 부를 거야.

엔도  그런데 우리 가게서만 알바를 한 게 아니었어.

마사코  ?

엔도  그저께 느낌이 이상해서 물어봤어처음엔 아무 일도 없다고 우겨대더니 겨우 말문을 열더라구.

마사코  뭐라구요?

엔도  ……그 짓까지 시켰어미치코한테.

마사코  ?

엔도  그 짓말야원조교제!

마사코  어머.

엔도  돈이 없으면 원조교제라도 해!” 그래서 싫다고 했더니 당신 딸이 미치코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알          아방과 후여자 화장실에 강제로 끌고 가서 옷을 벗기고 사진을 찍은 다음 이걸 인터넷에 올리는        게 싫으면 시키는 대로 해!”라고.

지로  런 어이없는 일을!

엔도  어제 바로 쳐들어왔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그럼 미치코는 죽지 않아도 됐을 텐데.            ……말하지 말라고 울면서 부탁했어. 부탁이니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시키는 대로 한 자기 잘        못이라고……


 

사이.

 


엔도  당신들도 사실은 알고 있었지딸이 갑자기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지 않았어명품 가방에다 화장            품당신들이 모르고 있는 사이에 갖고 있지 않았나? 

마사코  그런 일 없었어!

엔도  딸 핸드폰 뒤져 봐.

하라다  ?

엔도  미치코 알몸을 찍은 사진이 남아 있을 걸. 부모라면 딸 핸드폰 정도는 체크해야 하는 거 아냐!


 

엔도, 핸드폰을 꺼낸다.

뚜껑을 확 열자 화면에 미치코의 스냅사진이 있다.

그걸 모두에게 보여준다.

 


엔도  이게 미치코야. 얼굴이 여드름투성이라서 맨날 크레아라실이라는 약을 발랐어. “난 못생겼으니까”          “난 못생겼으니까라면서. “바보야, 그런 말 하지 마. 아직 중학생이잖아. 나중에 굉장한 미인이 돼서        너도 놀랄 거야” “, 정말요?” “진짜야. 그렇게 되면 데이트해 줘라”…… 그러더니 빙긋 웃어. 물론 그        렇게 예쁜 건 아니야. 그런데 나름대로 예뻐. 봐봐. 빼빼 말라서 가슴도 전혀 없고 키도 작고 팔은 성        냥개비처럼 가늘고. ……당신들 딸은 그런 미치코 옷을 벗기고 사진을 찍었어. 밤마다 낯선 남자한테        안기게 만들었어. 중학생이 할 짓이야? 사람이 사람한테 할 짓이냐구? 사람이 아니지!


 

사이.

 


엔도  오늘 운이 좋았네요. 소원이 이루어졌으니까. 난 늘 생각했어요. 애들 부모는 대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하고.


 

엔도, 핸드폰 화면을 더욱 앞으로 들이민다.

 


엔도  사과해미치코한테 사과하라구.

하라다  당신……

엔도  사과해!


 

도다,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온다.

 


도다  용서해줘요. 모두 제 탓입니다. 용서해주세요.


 

시게노부, 일어선다.

 


시게노부  선생님 탓이 아닙니다.

도모코  여보.


 

시게노부, 앞으로 나와 고개를 숙인다.

 


시게노부  정말 죄송합니다.


 

엔도, 잠시 시게노부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핸드폰을 닫는다.

 


엔도  잘 들어. 자식들한테 제대로 가르쳐. 사람으로서 해선 안 되는 일을 했다는 걸 알게 해. 사람을 죽인        죄 평생 지고 살라고. 알았어?


 

엔도, 하라다 앞으로 간다.

 


엔도  감사합니다.

하라다  .

엔도  .

하라다  괜찮다면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요.

엔도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어요. 이제 됐습니다.


 

엔도, 유서를 하라다에게 건넨다.

 


엔도  (모두를 뒤돌아보며) 실례했습니다.


 

엔도, 나간다.







         (20008년 극단 <스바루()> 초연)

          * 이 희곡을 상연할 경우 반드시 번역자 혹은 한일연극교류협의회를 통하여 작가의 허락을 얻          어야 합니다.

         (번역자 기무라 노리꼬 : nonki-nonki@hanmail.net,

                             이성곤 : gonny72@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