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4
준코 (마사코에게) 미안합니다. 저……
마사코 (한숨 쉰다)
하라다, 들어온다.
준코 저, 이노우에 씨는?
하라다 학년 주임 선생님이 집까지 모시고 갔습니다.
준코 아, 네.
료헤이 하라다 선생님.
하라다 네.
료헤이 알아낸 게 있어요? 애들이 뭔가 말하던가요?
하라다 아무것도.
료헤이 그래요.
하라다 모른다, 모른다, 그 말뿐입니다.
시게노부 노도카도 그래요?
하라다 네.
시게노부 노도카도 아무 이야기 하지 않아요?
하라다 그렇습니다.
시게노부 노도카를 만나게 해주세요.
료헤이 헨미 씨.
시게노부 네.
료헤이 더 이상 쓸데없는 일 하지 마세요.
시게노부 뭐가 쓸데없는 일입니까?
료헤이 (하라다에게) 핸드폰, 검사했죠?
하라다 네.
료헤이 데이터는 있었어요?
하라다 없었어요.
료헤이 애들 모두의 증언이 일치하고 있어. 그리고 증거도 없어. 이제 충분하지 않아요?
시게노부 선생님.
하라다 네.
시게노부 노도카는 저한테 모든 걸 다 얘기해 줬어요. 모두 다 얘기해 줬어요.
하라다 정말이에요?
료헤이 하지만 지금은 인정하지 않아요. 그게 다 아니에요?
시게노부 뭔가가 있었을 거예요.
료헤이 진실은 진실이에요. 그걸 받아들여야죠.
시게노부 노도카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어요.
료헤이 결국 당신은 자기 손자만 귀하다는 거군!
시게노부 아닙니다.
료헤이 그렇다면 설명해 봐.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시게노부 그건……
사이.
도모코 죄송해요. 내가 그랬어요, 노도카한테.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시게노부 당신……
도모코 노도카, 많이 걱정했어요. 할아버지한테 야단맞는다고. 약속을 어기게 된다고. 하지만 난 했어 요. 괜찮아, 할아버지도 이해해 줄 거야, 라고.
시게노부 그건 틀렸어.
도모코 ……알아요.
시게노부 ……
료헤이 비열해……결국 자기 손자만 귀하다는 거지. 당신 같은 사람을 위선자라고 하는 거야.
시게노부 ……
도모코 오늘 점심쯤에 메일이 왔어요, 친구한테.
료헤이 네?
도모코 할머니 어떻게 하지? 하고 노도카가 말하길래, 보여달라고 했어요……오늘 어떤 일이 있어도 말하 지 말아. 말하지 않으면 넘어갈 수 있어. 핸드폰 데이터도 다 지우라고.
시게노부 당신, 그래서……
도모코 내가 지켜야겠다고 그렇게 생각했어요……미안해요. 내가 어리석었어요.
하라다 누구한테 온 메일이었어요? 알려주세요.
도모코 (료헤이 얼굴을 본다)
료헤이 그럴 리가……
도모코 ……
료헤이 우리 애가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잖아요.
준코 요즘 애들은 뭔 일이 있으면 바로 서로 입을 맞춘다고 하잖아요?
료헤이 그러니까 그 메일도 벌써 삭제해 버린 거죠?
도모코 네, 그렇습니다.
료헤이 그럼 증거는 없네요. 당신들이 날 모함하려고 그랬을 가능성도 있어.
시게노부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어.
료헤이 그렇다면 증거를 가져와.
시게노부 그만해.
료헤이 그만해? 당신은 자기 책임을 잊었어?
시게노부 ……뭐?
료헤이 당신 알고 있었다면서? 5일 전에 손자한테 들었다고 했잖아?
시게노부 그건 그렇지만.
료헤이 왜 아무 대처도 하지 않았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대처했어야지. 뭔가 대책을 세웠어야지. 그게 애가 보낸 신호를 받는다는 거 아니야?
시게노부 ……
료헤이 당신이 제대로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 했으면 미치코 학생은 자살하지 않아도 됐어!
시게노부 그건……맞는 말일지도 모르죠.
료헤이 알았으면 사과해.
다에코 그건 아니잖아요?
료헤이 넌 가만히 있어.
다에코 ……
료헤이 사과해!
시게노부, 료헤이에게 머리를 숙인다.
시게노부 잘못했습니다.
다에코 저, 헨미 씨……
도모코 죄송합니다.
료헤이 나한테만 말고 모두에게 사과해.
시게노부 여러분 잘못했습니다.
도모코 잘못했습니다.
시게노부, 도모코, 모두에게 깊이 고개를 숙인다.
다에코 그만하세요, 헨미 씨.
료헤이 쓸데없는 말 하지 마.
다에코 헨미 씨 탓이 아니잖아.
료헤이 그럼 누구 탓이야?
다에코 우린 어땠는데?
료헤이 뭐?
다에코 당신은 미도리가 보낸 신호를 받았어?
료헤이 받았지.
다에코 거짓말.
료헤이 지금 여기서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잖아.
다에코 그러니까 제대로 애를 보지 않았다는 거지?
료헤이 미도리하고는 대화 많이 하고 있잖아.
다에코 무릎을 꿇어앉히고 호통치고, 때리고 또 때리고. 그게 대화야?
료헤이 아니, 그건.
다에코 미도리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열심히 공부해서 당신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
료헤이 알아.
다에코 미도리, 지난주부터 우리가 본 적이 없는 반지를 끼고 있는 거. 당신, 알아?
료헤이 ……
다에코 지갑도 새로운 걸 가지고 있었어. 노란색 가죽인데 큰 것. 알고 있었어?
료헤이 ……
다에코 요즘 저녁밥을 반 정도 남겨. 눈을 보고 말하지 않아. 화장실 문을 차고 들어가고. 매일 나보다 늦 게 돌아와.
료헤이 ……
다에코 핸드폰 요금, 이번 달은 6만 엔이었어.
료헤이 ……
다에코 다 알고 있었잖아? 귀찮은 일은 모른 척하구. 그래서 이지메 같은 게 없는 거야, 당신 반에선.
료헤이 시끄러워!
료헤이, 다에코의 뺨을 때린다.
다에코 결국 이렇게밖에 못 하지, 당신은. 이것밖에 없는 거지? 때리는 방법밖에 사람하고 소통할 수단이 없는 거지?
료헤이 입 닥쳐!
료헤이, 다시 다에코 뺨을 때린다.
다에코 내가 말했어, 미도리한테.
료헤이 뭐?
다에코 친구들한테 메일 보내라고. 아무 말 하지 말라고. 선생님들은 사실 따위 별로 신경 쓰지 않아. ‘아 무것도 모른다’고 하면 오히려 선생님들이 안심할 거라고.
료헤이 야!
다에코 (하라다에게) 잘못했습니다.
하라다 ……
마사코 저, 그게……우리 시노한테도……?
다에코 요즘엔 반의 모든 애들이 완벽하게 입을 맞추기도 하는데, 다섯 명은 누워서 떡 먹기죠.
료헤이 ……다 알고 있었어?
다에코 (고개를 끄덕인다)
료헤이 언제 알았어?
다에코 지난 달.
료헤이 어떻게 알았어?
다에코 요즘 핸드폰 비밀번호 같은 건 쉽게 해제할 수 있으니까.
료헤이 ……왜 나한테 이야기 안 했지?
다에코 ……
료헤이 왜 나한테 이야기 안 했냐고?
다에코 ……
료헤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사이.
마사코 그렇다면 이제까지 나온 이야기들은 모두 사실인 거야?
다에코 ……
마사코 ……그래요?
다에코 죄송해요.
마사코 당신이 사과할 필요는 없어.
다에코 (하라다에게) 폐가 많았습니다.
하라다 ……아니.
미사오 정말 레이라도요?
다에코 (고개를 끄덕인다)
사이.
미사오 하라다 선생님.
하라다 네.
미사오 레이라가 있는 교실에 가도 될까요?
하라다 저, 그건……
미사오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솔직히 말해서 믿어지지 않아요. 제가 가면 다 이야기할 거예요. 부탁입 니다.
하라다 ……레이라는 복도 끝에 있는 미술준비실에 있습니다. 구라타 선생님이 같이 있어요.
미사오 알겠습니다.
하라다 저도 바로 뒤따라가겠습니다.
미사오 네, 실례하겠습니다.
미사오, 나간다.
지로 우리도 만날 수 있을까요?
하라다 ……시노는 온실에 있습니다. 어딘지 아세요?
마사코 알아요. 전 여기 졸업생이니까요.
하라다 아, 네.
마사코 어쨌든 시노한테 이야기를 다 들은 다음에……
하라다 알겠습니다.
마사코 사실을 인정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생각입니다.
하라다 네.
마사코 전교생 집회에 참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라다 ……
마사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지로 실례하겠습니다.
지로와 마사코, 나간다.
준코, 핸드폰이 울린다.
준코, 전화를 받는다.
준코 네……얼마나 전화했는지 알아? 메시지 정도는 들어야지. 지금 어디 있어? ……뭐라고? ……가봤다고? 당신, 정말 갔어, 작은집까지? ……아, 그래. 어쩔 수 없잖아. 작은 아버님도 힘든데……응, 뭐, 대박? ……”푸”가 뭐? 인형이라고? 스누피? 뭐든 상관없어. ……응, 지금 학교에 있어……전화로 말하기가 좀 그래……우리 큰일 났어……아니, 그 쪽이 아니라. 아니, 그 쪽도 그렇지만……열심히 해야지……열심히 하자, 열심히 하자고……됐어, 나중에 이야기 할게. 빨리 돌아와. 아이리하고 기다릴게……아, 잠깐만. 난 스누피가 좋은데. 있다가 봐.
준코, 전화를 끊는다.
준코 그럼, 저도.
하라다 네, 이과준비실입니다.
준코 폐가 많았습니다.
하라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준코 실례하겠습니다.
준코, 나간다.
시게노부 이번엔 정말 죄송했습니다.
하라다 아닙니다.
시게노부 저, 어딘지 잘 모르겠는데요.
도모코 아뇨, 괜찮아요. 저도 졸업생이라 알고 있어요.
하라다 그러시군요.
도모코 50년 전하고 똑 같은 곳에 있다면.
하라다 글쎄요.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도모코 아니, 괜찮습니다. 오래간만에 2층 복도 걸어보지요.
하라다 알겠습니다.
시게노부 있다가 애하고 미치코 학생 빈소에 가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하라다 ……그건 괜찮습니다만.
도모코 그럼, 있다가 뵙겠습니다.
하라다 잘 부탁드립니다.
시게노부,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는 료헤이한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린다.
시게노부, 도모코 뒤따라 나간다.
방에는 하라다, 료헤이와 다에코만이 남았다.
료헤이 계속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하라다 어떻게 하시곘습니까?
다에코 ……
하라다 그럼, 교무실에 있겠습니다.
다에코 죄송합니다, 늦은 시간까지.
하라다 아닙니다. 아직 할 일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어요.
다에코 수고가 많으십니다.
하라다 미도리는 교무실 옆에 있는 인쇄실에 있습니다.
다에코 네.
하라다 ……저.
다에코 네.
하라다 미도리는 착한 아이입니다.
다에코 ……
하라다 그럼 있다가 뵙겠습니다.
하라다, 나간다.
사이.
다에코 ……어떻게 해요, 이제 ……빈소 갈래요?
료헤이 ……빈소?
다에코 네.
료헤이 안 가.
다에코 왜요?
료헤이 그렇게 쉽게 갈 수 없어, 미도리를 생각하면.
다에코 ……응.
료헤이 이상한가?
다에코 이상하지 않아요. 우리 살아야 하니까.
료헤이 그렇지.
다에코 살아야죠.
료헤이 그렇지.
암전.
-끝
(20008년 극단 <스바루(昴)> 초연)
* 이 희곡을 상연할 경우 반드시 번역자 혹은 한일연극교류협의회를 통하여 작가의 허락을 얻 어야 합니다.
(번역자 기무라 노리꼬 : nonki-nonki@hanmail.net,
이성곤 : gonny7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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